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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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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ste De Luca

첼레스테 데 루카 | Male | 19세 | 180cm | 74kg | 마법과(6년) | 로즈발트 제국 | 귀족 | 학생위원회

「잊힌 것들의 진혼곡」

“데 루카 백작가 사람들은 다 좋은 사람들이지.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좋은 예라고 할까. ……백작의 아들은 빼고. 그자는 당최 나서질 않거든.”

“데 루카 영식은 은둔자인 것도 괴짜인 것도 아닌데, 마치 혼자 다른 세계에서 사는 것 같아요. 상냥한 사람인데도 묘하게 꺼림칙해요.”

“가문 후계자라면서 눈에 띄는 활동이라곤 하나도 안 해. 그래서 뭔가 밝혀진 정보도 하나도 없고. 사실 뭔가 문제가 있는 거 아냐? 수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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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법적 특성은 ‘자료조사’. 정보의 처리와 파악, 통계에 특화되어 있다. (≒현대의 검색 엔진)

  ‘자료 조사’는 그의 집안 대대로 전해지는 마법적 특성이다. 서적과 문헌에서 정보를 찾아내는 데에 최적화되어 있으며, 사용할 때 눈동자의 색이 변하는 것이 특징이다. 첼레스테의 경우에는 하늘색으로 변한다고 하는데, 그의 눈동자는 원체 푸른빛이 돌아 마법을 썼는지 안 썼는지 알기 힘들다. 가끔 대규모의 마법을 사용할 때면 보다 선연한 벽색 눈동자가 드러날 때가 있다.

  서류 더미 사이에서 필요한 정보만 알아내기, 넓은 장소에서 특정 인물 찾기, 숨겨진 물건의 위치 찾기 등 단순히 보기만 해서는 알 수 없는 것을 찾는 능력이기에, 마법을 사용하면 눈을 감고도 앞이 보이는 것처럼, 등 뒤에도 눈이 있는 것처럼 행동할 수 있다. 마법으로 찾아낼 수 있는 것은 '물리적으로 존재하는 것, 뜻을 아는 글로 쓰인 것'에 한정되며, 사람의 마음을 읽거나, 전혀 모르는 외국어를 알아보거나, 화상에 담긴 뜻을 알아내거나 할 수는 없다.

  이 마법을 발동시키는 데에는 ‘목적’, ‘범위’, ‘정보’의 세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목적’은 마법으로 찾으려 하는 것, ‘범위’는 마법을 적용할 범위, ‘정보’는 ‘목적’이 포함된 불특정 다수의 데이터에 해당한다. 이 셋 중에 하나라도 결여되면―목적이 흐릿하거나, 원하는 정보가 있는 장소를 모르거나,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무언가를 찾으려 한다거나― 마법은 정상적으로 사용될 수 없다.

   마법 사용에 따른 페널티는 목적에 관계없이, 마법 사용 범위가 얼마나 넓은지, 그리고 그 범위 내에 있는 정보량이 얼마나 되는지에만 영향을 받는다. 특히 마법 사용 범위보다는 그 안의 정보량에 더 크게 영향을 받는다. 예를 들자면, 책이 빽빽하게 들어찬 책장 하나에서 정보를 찾는 것이 거의 텅 빈 도서관에서 정보를 찾는 것보다 큰 페널티를 준다.

  잠시 눈을 감고 앞에 뭐가 있는지 알아내는 일 등, 소소한 규모의 마법에는 페널티가 없다시피 한다. 기껏해야 경미한 어지럼증 정도이다. 마법의 규모가 커질수록, 그리고 유지 시간이 길어질수록 증상이 점층적으로 심해진다. 현기증, 두통, 호흡 곤란, 전신 탈진 순. 페널티를 무시하고 계속 마법을 사용할 경우, 맥이 끊기듯 기절하기도 한다. 첼레스테 본인은 이것을 자기보호 본능이라고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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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칠흑색 머리칼은 썩 제멋대로 자라나 있었다. 자르는 걸 잊었는지 코끝을 간질이는 앞머리는 시야만 트이게 세 갈래로 나뉘어 안면 위를 떠돌았고, 흐트러진 뒷머리는 굽이져 청년의 뒤통수를 가볍게 덮었다. 이 머리칼은 영 상태가 좋지 않은지 자주 엉키고 갈라지곤 했다. 머리칼만큼이나 눈썹도, 속눈썹도 풍성히 자라 있었다. 깔끔하게 정리된 짙은 눈썹 아래 긴 속눈썹, 그 아래서 탁한 푸른빛을 내는 눈동자는 유독 눈에 띄었다. 두꺼운 눈썹이 양쪽 위로 곧게 뻗어 있는 탓에 얼핏 보면 사나운 인상이지만, 잘 보면 눈매가 처져 있어서 그리 무서운 얼굴은 아니었다.

  전체적으로 깔끔한 미인형. 그에 어울린다고 할지, 어울리지 않는다고 할지, 꽤 키도 크고 몸에 근육도 잘 붙은 편. 깔끔하게 달린 귀걸이, 몸에 딱 맞는 교복에, 단추를 전부 잠근 조끼, 조금 길지만 깨끗한 케이프, 깔끔하게 광을 낸 구두 따위가 그가 어떤 인간인지 단편적으로 보여주었다.

  이 단정함 속에 조금 이질적인 것이 늘 소지하고 다니는 검이었다. 얼핏 바스타드소드처럼 보이나, 실은 레이피어. 레이피어치고도 검신이 얇아 내구성이 약하기에, 전투용이 아닌 호신용으로 사용하였다. 평소에는 검은 가죽 검집에 넣어진 채 얌전히 허리 왼편에 걸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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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묵하고 무뚝뚝한 것 같으나, 그저 솔직하지 못할 뿐인 상냥하고 세심한 도련님.

  그가 어떤 사람인지 서술하려면, 제일 먼저 표리부동이라는 말을 얹고 가야 할 것이다. 외부로 드러나는 그는 늘 말수가 적고 표정이 굳어 있었다. 꼭 필요한 일이 아니면 먼저 대화를 시작하는 일이 없었다. 누구와 어떤 이야기를 하던 늘 극존칭을 사용했으며, 감정의 표현도 적었고, 최소한의 단어로만 제 의사를 전달하였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무뚝뚝했다.

  그러나 첼레스테는 그저 상냥한 사람이었다. 악의에 반항하고 비극에 슬퍼하며 호의에 기뻐했다. 자신을 좋아해 주는 타인들이 행복하기를 바랐고, 불의를 가만히 두고 보지 못했다. 그런 감수성엔 순수함마저 깃들어 있었다. 그는 본디 웃음도 눈물도 많았다. 슬픈 일이 일어났을 때 제일 먼저 눈물을 떨구는 자를 고르자면 두말할 것 없이 첼레스테였다. 이런 측면은 그의 무뚝뚝함과 너무나 대비되는 것이라, 그의 눈물을 본 자들은 의구심을 품기도 했다.

  그러한 그가 어째서 이리도 뚝뚝한 모습만 보이느냐 하면, 첫 번째는 제 감정을 솔직하게 표출하는 데에 서툴기 때문이었고, 두 번째는 한 번 긴장의 끈을 놓으면 너무 해이한 모습을 보이는 버릇이 있어, 품위를 지키기 위해 최대한 말을 아끼고 감정을 드러내지 말라는 교육을 받은 탓이며, 세 번째는 자신에 대해 이야기할 때 무의식적으로 선을 긋는 버릇이 있는 까닭이었다.

  감수성이 풍부하지만, 그것이 그가 감정에 휘둘리는 사람임을 의미하지는 않았다. 첼레스테는 감정의 파도에 휩쓸려 펑펑 울면서도 고개를 저으며 옳고 그름을 구별해 옳은 길을 나아갈 수 있을 정도의 의지가 있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그는 늘 올곧았고, 웬만해선 우유부단해지는 일이 없었으며, 확고한 목표를 향해 앞으로 나아가곤 했다.

  인간을 싫어함과 동시에 좋아했다. 타인에게 간섭받는 것을 싫어하고,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고, 그러다가도 사람의 온기를 문득 그리워하여 다른 인격체들과 감정적인 교류를 하는 것으로 마음의 힘을 얻고, 그러다 혼자 있는 시간이 너무 적어지면 지쳐서 다시금 혼자 떠돌았다. 기본적으로 내향적인 사람이, 사람을 좋아해서 생겨버린 모순이었다.

  그러다 보니 제 사람 외에는 잘 챙기지 않았다. 타인의 일이라면 신경이 쓰여도 눈길만 준 채 간섭하지 않고 자리를 떴다. 정확히는 신경은 쓰여도 참견하고 나서 뒷감당할 자신이 없어 외면하는 것이었다. 그 때문에 뒷감당 가능한 일―예를 들면 계단에서 넘어질 뻔한 사람을 잡아 준다던가―에는 꽤 자주 도움의 손길을 주곤 했다.

  물론 이럴 때마다 호의를 드러내지도 않고, 감사 인사도 받지 않고 스쳐 지나가니 계속 무뚝뚝하다는 소리를 듣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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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대대로 이어져 온 마법사 가문의 독자로서 필연적으로 받아야만 했던 여신의 은총을 받지 못하였다. 그가 마법을 공부하기 위해서는 페러로즈 아카데미에의 입학이 필수적이었고, 그 때문에 데 루카 백작과 그 부군은 첼레스테가 입학시험을 치루기를 종용했다. 의기소침해져 있던 첼레스테는, 고민하다가 제 부모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시험을 치루기 위해 페러로즈의 문을 열자 첼레스테의 눈앞에 펼쳐진 것은, 집채만하게 쌓인 두꺼운 책들과, 깨끗한 종이 한 장, 펜 한 자루였다. 시험의 내용은 ‘이 모든 책에 단 한 번씩만 등장하는 문장을 찾아 적으시오.’ 마법 역량과 상황 파악 속도, 그리고 추론 능력을 동시에 확인하기 위한 시험이었다.
  첼레스테는 책들이 다루는 주제가 모두 상이하다는 것을 파악하고, 글의 주제와 관계 없이 사용할 수 있는 관용구만 골라 찾는 것으로 10분만에 정답을 적어내렸고, 보란 듯이 입학시험에 합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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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자’, 데 루카 백작가]

  ‘자료 조사’ 마법 덕에 데 루카 가문은 예로부터 문헌과 자료를 수집하고 관리하는 직책에 앉곤 했다. 현재도 로즈발트 제국, 특히 슈타헬 근교에 어느 정도 규모 있는 도서관이 있다 하면, 열에 아홉은 데 루카와 관련되어 있었고, 비단 도서관뿐만 아니라 정보가 모이는 곳이면 어디든 데 루카의 손길이 닿아 있었다. 황실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데 루카 가문이 백작 자리를 차지하고 명성을 이어가고 있는 데에는, 황실의 문헌을 관리하는 역할을 대대로 맡아온 공이 크다.

 

  온갖 정보를 쥐고 있는 가문 특성상, 황실의 견제를 많이 받고 있다. 이리도 중요한 가문인데 백작에 지나지 않는 것은, 가문의 힘이 지나치게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 황실 쪽에서 부러 연을 끊었기 때문이라는 소문도 파다하다. 그러나 실상은 마법적 특성에 집착하여 근친혼만 계속해온 것이 이유. 현 백작과 백작 부군도 육촌 사이다. 그 덕분인지, 웬만해선 세대를 거듭할수록 강한 마법사가 나오고 있다. 마법 쪽으로 역량이 아주 작은 첼레스테는 특이한 케이스.

 

  상술했듯 황실과는 대립 관계였으나, 현 백작이 가문을 이어받고 난 후 황실과 그 측근에게 온유한 태도를 내비치면서 관계가 다소 완화되었다. 현 백작은 계속 신뢰 관계를 구축하며 황실에서 이득을 보길 희망하고 있고, 첼레스테에게도 계속 황실과 긴밀한 관계가 되기를 종용하고 있다.

  데 루카 저택은 평민들 사이에서 유독 유명한데, 그 이유 중 하나는 저택의 건물 한 채가 통째로 도서관이고 그것이 항시 모두에게 개방되어 있기 때문이다. 교육받을 기회가 없는 이들에게 데 루카의 ‘도서관’은 희망으로 향하는 창구와 같은 곳이다. 실제로 이곳에서 공부해서 로즈발트의 종합과를 나온 사람들도 적지 않다. 몇 귀족들 사이에서는 데 루카가 이런 식으로 선행을 베푸는 것은 이미지 만들기에 불과하다고 야유하는 움직임도 있다.

  저택이 유명한 다른 한 가지 이유는, 정원의 장미가 모두 흑백으로만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백색 장미는 역사를 써 내려갈 종이이고 흑색 장미는 서책에 기록된 글자라 했다. 데 루카가 ‘기록자’임을 여실히 드러내는 풍경이 아닐 수 없었다. 가을이 되어 온 거리에 선홍빛 꽃잎이 흐드러져도, 데 루카 저택에는 희고 검은 장미만이 피어났다.

[도서관에 축복받은 마법]

  이 마법은 초대 데 루카 백작 때부터 현대의 첼레스테까지, 한 대도 빠짐없이 전해져 내려왔다. 첼레스테는 그중에서도 이상하게 약한 편이었다. 타고난 마력의 양이 적은 데다 유독 마력 소모가 심해서 같은 규모의 마법을 써도 몇 배는 심한 페널티가 찾아왔고, 쉬이 지쳤다. 당연히 대규모 마법은 거의 쓰지 못했고, 어쩌다 사용하기라도 하면 한나절을 앓아누웠다.

  제 약점을 만회하기 위해 첼레스테는 부러 체력도 길렀고(그가 마법과임에도 무과 못지않은 체격을 지닌 것은 이 때문이다), 마법을 최대한 효율 높게 사용하는 컨트롤을 연마했으며, 몇 마법 도구의 도움도 받곤 했다. 노력의 결실인지, 그의 마법 실력 자체는 굉장히 우수했다. 마치 종일 그것만 연습하기라도 하는 듯 자연스럽고 섬세했으니.

  그의 마법을 보고 작은 그릇에 과분한 재능이 담겼다며 안타까워하는 사람이 반, 역량이 이렇게나 작으니 초대장이 오지 않은 것이라고 야유하는 사람이 반이었다. 정작 첼레스테 본인은 남이 저를 어찌 평가하든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기본적인 정보]

  2월 1일생. 이른 생일이었다. 첼레스테는 기념일 따위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사람이었으나, 그런데도 자신의 생일은 꼬박꼬박 챙기곤 했다. 이날이 있었기에 지금까지 제 역사를 쌓아올 수 있었음에 감사한다며 매년 이날이 돌아오면 흑백의 장미꽃 한 쌍과 함께 페러로즈에게 짧은 기도를 바치곤 했다.

  양손잡이. 그래도 왼손보다는 오른손을 더 잘 쓰는 편이다.

  좋아하는 것은 은은한 향초, 잔잔한 음악, 혼자 있는 시간, 자연의 소리, 다크 초콜릿.

  싫어하는 것은 소음, 더럽고 관리되지 않은 것, 악취, 신 것, 보편적인 악.

  저택에서 고양이 두 마리를 키우고 있어서, 저택을 방문하고 돌아오기라도 하면 옷 끝자락에 채 떼어내지 못한 털이 붙어 있곤 했다. 비단 고양이뿐만 아니라 동물이면 다 좋아하는 듯했다. 때로 길거리에 떠도는 소동물들을 챙겨주는 모습이 종종 발견된다.

  글솜씨는 화려하고 정갈했으나, 미술적 감각은 거의 없다시피 했다. 그림을 그리면 갓난아기가 그려도 이것보단 낫겠다 싶은 결과물이 나왔고, 색이 다른 상하의를 매치해서 입으면 거의 눈 뜨고 못 봐줄 모양새가 되었다. 그래서인지 그는 유독 무채색을 선호했다. 신경 쓸 필요가 없어 편하다나.

[외적 특징]

  상대의 신분이나 연령과 관계없이 기본적으로 극존칭을 사용하였다. 그러나 아주 어렸을 때부터 보아온 사람에게는 반말을 사용하는 모습도 보였다. 특유의 나긋한 어조나 기품 있는 행동거지 때문에, 딱딱하다기보다는 예의 바르다는 느낌이긴 했지만, 이 어투는 그가 무뚝뚝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심어주는 것에 일조하고 있었다.

  시력이 썩 좋지 않은지, 조금만 먼 곳을 보려고 해도 미간을 찌푸리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이 나쁜 시력을 대신하듯, 다른 감각은 예민했다. 시끄러운 거리 속에서 속삭이는 말을 짚어낼 수 있었으며, 거의 비슷한 재료로 만들어진 향수들을 구분하기도 하고, 평범한 사람이라면 알지도 못할 만큼 살짝만 스쳐도 알아채는 등. 이것은 그의 장점임과 동시에 단점이기도 했다. 변화를 빠르게 알아채는 것은 좋았으나, 그 변화에 적응하는 것을 어려워했으므로.

  큼직하고 탄탄한 체격에 어울리지 않게, 상당히 병약했다. 잔병치레가 많다거나 하는 건 아니었으나, 체력이 낮고, 마법이든 운동이든 조금만 하면 금방 지쳤다. 그래도 그 몸집이 허사는 아닌지 힘 자체는 꽤 쓸만했고, 민첩성도 나쁘지 않았다. 다만 유연성은 길거리 가로수가 차라리 더 유연하겠다 싶은 수준.

  갖고 있는 검 때문에 검술에 능할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검술에 대해선 전혀 아는 게 없다. 애초에 마법과인 그에게 검술은 무의미한 기술이었고, 첼레스테의 체력으로 검술을 제대로 배울 수 있을 리도 없었다. 소지한 검은 정말 말 그대로 호신용이라고. 막연히 ‘위험할 때 휘두르기라도 하면 없는 것보다는 낫겠지’ 하는 마음가짐으로 들고 다니는 듯했다.

  유독 행동이 느지막했다. 마치 그의 주위만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것 같은 모양새였다. 산책을 해도 찬찬히 걷고, 말 한마디를 뗄 때도 나긋하게 뱉었으며 눈 깜박임조차도 통상보다 느릿하였다. 몸놀림 또한 그 폭이 작고 느긋했다. 귀족의 품위는 둘째 쳐도 다소 눈에 띄게 더딘 움직임이었다. 몸에 밴 습관인지, 서둘러야 할 때가 되어야 타인의 평상시 속도 정도가 되었다. 그 까닭에 농담조로 그를 우스갯소리로 나무늘보라 부르는 이들도 가끔 있었다.

  잠이 많았다. 가장 일찍 잠들고 가장 늦게 눈을 떴고, 낮에도 종종 선잠을 잤다. 잠이 들 만큼의 시간적 여유가 없으면 그저 눈을 감고 멍하니 시간을 보냈다. 눈을 감고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음미하는 것이 즐겁다고 했다. 여기까지만 들으면 낭만적인 이야기지만, 우습게도 이것은 그가 나무늘보라 불리는 제2의 이유이기도 했다.

[‘기록자’로서의 첼레스테]

  정리정돈이 취미 겸 특기. 단순히 어질러진 사물뿐 아니라 난삽한 글을 교정/교열하는 것도 포함한다. 비단 첼레스테뿐만이 아니라 데 루카가 이름 뒤에 붙은 사람들은 거의 다 같은 특기를 지니고 있었는데, 로즈발트의 ‘기록자’로서, 흩어진 정보를 쓸어모아 정돈하는 방법을 어렸을 때부터 교육받아왔기 때문이다. 첼레스테는 이 교육이 적성에 맞아 취미로까지 뻗어 나간 케이스. 덕분에 그의 생활공간은 따로 정리하는 사용인이 없어도 늘 깔끔했다.

  틈틈이 글을 썼다. 정갈한 듯 삐뚜름한 필기체였다. 이것 또한 ‘기록자’의 특징이었다. 글들은 때로는 일기였고, 때로는 보낼 이 없는 편지이기도 했으며, 때로는 정보의 기록이었고, 때로는 문학이기도 했다. 첼레스테가 이 행위를 즐기지는 않았으나 그저 습관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그의 손으로 써 내려간 글로만 책장 몇 칸은 너끈히 채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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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치오 엘리엇, 형제 없는 그에게 동생 같은 존재.]


  데 루카 백작이 황실과의 관계를 완화하기 위해 선택한 길 중 하나는, 황실의 최측근에 있는 인물에게 접근해 자신의 평판을 올리는 일이었다. 뻗은 손길 끝엔 황실 기사단도 있었는데, 거기서 어느 엘리엇 가 여인을 만난 것이 현재까지 이어져 오는 연의 시발점이었다.

 

  엘리엇 가문. 뛰어난 치유 마법으로 전쟁에서 활약한, ‘순수한 마법사’를 배출하기로 유명한 가문이었다. 그러나 이번 대의 유일한 직계 후계자, 루치오 엘리엇은 마법적 재능이 하나도 없는 사람이었기에, 그의 고모 되는 사람―상술한 황실 기사단의 여인―은 루치오에게 검술을 가르치려 했다. 그러나 엘리엇 가문은 ‘순수한 마법사 가문’을 자처하고 있었고, 그녀의 결단을 회의적으로 볼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이 때문에 그녀는 ‘데 루카 가문에게 루치오의 마법 교육을 요청하겠다’라는 핑계를 대어 루치오를 데 루카 가문으로 데려왔다.

 

  마법 교육은 말 그대로 변명이고, 가문의 시선을 피해 도망친 것에 지나지 않았다. 루치오의 고모가 데 루카에게 실제로 부탁한 것은, ‘가문의 시선을 피해 루치오에게 검술 수련을 할 수 있도록 해 달라’ 였다. 데 루카 백작은 그 제안을 수락하면 황실 최측근에 제 가문에 대한 신뢰가 생길 것으로 생각하고, 그녀가 바라는 대로 해 주겠다며 루치오에게 빈방을 하나 내주었다.

 

  그렇게 첼레스테와 루치오는 만나게 되었다. 첼레스테가 열두 살, 루치오가 일곱 살 때였다. 첼레스테 특유의 나긋하고 차분한 성격 덕분일까, 낯을 많이 가리는 루치오가 어느 순간부터 첼레스테를 따르게 되었고, 어느 순간부터는 아예 첼레스테 뒤에 붙어 다녔다. 첼레스테도 동생이 생긴 것 같은 기분이라며 루치오를 잘 챙겨주었다. 그렇게 둘은 돈독한 사이가 되었고, 현재까지 친형제처럼 사이좋게 지내고 있다. 두 사람이 워낙 사이좋게 지내니, 데 루카 백작도 처음의 정치적인 목적은 뒤로하고 루치오를 둘째아들이라도 된 듯이 보살펴주고 있다. 엘리엇 가문이 싫어지면 데 루카의 둘째로 맞아주겠다고 농담할 정도.

  여담인데, 루치오는 어렸을 때부터 종종 첼레스테의 망토 뒤에 숨어들곤 했다. 그래서 첼레스테는 늘 긴 망토가 달린 옷을 입곤 했고, 현재 첼레스테의 케이프가 유독 긴 것도 그 영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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